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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시 음악/작가 책

11월의 시 모음, 11월에 관한 시

by 리튬클라우드 2024. 10. 20.

목차

    11월의 시 모음, 11월에 관한 시

    11월은 가을과 겨울 사이, 따뜻함과 추위가 교차하는 계절입니다. 이 시기에는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는 애매한 쓸쓸함과 고독감이 짙게 느껴지곤 하지요. 이번에는 그런 11월을 주제로 한 여러 시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각 시인의 작품을 감상하며, 11월의 정취와 감성을 느껴보세요.

    11월 / 이원문

    11월 / 이원문

    이제 추울 날만
    또 한 해의 이 겨울이 얼마나 추울까
    내리는 눈에 바람까지 불어 더 추울 것인데
    얼마나 추울런지 문득 옛 생각까지

    그 여름날에 더웠던 생각
    겨울이면 살 도려내는 듯 추웠던 생각
    더운 날에는 물이라도 끼얹었지
    쌓인 눈에 더 내리는 눈보라 몰아치던 날은 어떻게 했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들
    지워지지 않는 그날들
    주눅의 저녁연기 끊어질 무렵
    멀건 김치 죽 한 그릇의 겨울 밤이 너무 길었다

    감상평: 이원문의 '11월'은 차가운 겨울의 초입에서 느끼는 추위와 고독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쌓인 눈과 추위를 견뎌야 했던 과거의 기억은 겨울의 냉혹함을 더욱 부각시키며, 그 시절의 고통과 외로움을 드러냅니다.

    십일월의 뜨락에서 / 유영서

    십일월의 뜨락에서 / 유영서

    스산하게
    바람 분다

    가랑잎 구르는
    길목에
    언뜻 스쳐 가는 그림자

    걸어온 삶의
    애증인가
    속내 풀어 놓고
    발길 멈춘다

    사계의 길목에서
    자연도 쉬어가잔다

    피한 적 없는
    삶 데리고
    놀 빛 짙은 산마루에
    구름처럼 쉬고 싶다

    감상평: 유영서의 '십일월의 뜨락에서'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허무함과 쉼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습니다. 사계절의 흐름 속에 자연조차 잠시 쉬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쉴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함을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11월 / 신창홍

    11월 / 신창홍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면 11월입니다
    바래진 햇살에 냉기가 드리우고
    도시에 내려앉은 하오의 그림자는
    해풍이 빠져나간 바다의 저녁처럼
    낯선 침묵들이 거리를 서성입니다

    가슴이 먼저 시려오면 11월입니다
    화석처럼 메마른 플라타너스 잎새가
    아스팔트에 쓸려 비명을 지르며 멀어지고
    텅 빈 거리에 남겨진 공허가
    낙엽으로 부서지는 가슴을 향합니다

    마음이 초조해지면 11월입니다
    오가는 새들의 날갯짓에
    창공의 푸른 멍 자국은 비색으로 번지고
    일상으로 흘렸던 작은 쓸쓸함이
    눈사람처럼 커지며 마음을 흔듭니다

    어디에도 갈 곳이 없으면 11월입니다
    저무는 것들의 드러낼 수 없는 상흔
    가야 하는 마음도
    보내야 하는 마음도
    모두가 견디기 힘든 아픔입니다

    감상평: 신창홍의 '11월'은 날씨의 변화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시린 바람과 낯선 거리의 침묵은 고독한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하며, 낙엽처럼 부서지는 공허함이 가슴을 울리는 느낌을 전합니다.

    시월과 십일월 사이 / 조유리

    시월과 십일월 사이 / 조유리

    거기 절개지가 있다

    쫙쫙 찢으며
    하던 말, 뚝뚝 끊으며
    주소록을 삭제한 얼굴들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미간부터 단추를 푸는 동안
    매일 있는 일처럼
    손발톱은 아무렇지 않게 자라고
    하오에 내다 널은 억새에서 바람이 태어나
    끝물을 휘젓는다

    쓸모 있는 것들이 듬성듬성해지고
    어디론가 서두르는 이목구비

    알아볼 수 있는 건
    뒷걸음질로 뒷걸음질로 접히는
    나잇살뿐, 들고 내릴 수조차 없는

    한 자루 뒤통수뿐

    감상평: 조유리의 '시월과 십일월 사이'는 10월과 11월 사이의 경계에서 느끼는 변화와 갈등을 표현합니다. 단절과 갈라짐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관계의 변화와 그로 인한 감정의 상처를 암시하며, 억새바람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11월의 노래 / 전태련

    11월의 노래 / 전태련

    한 발을 낙엽 속에 묻은 채
    다른 한 발은 겨울로 가는 차가운 강물에 담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쓸쓸한 11월

    그래, 11월엔
    영혼이 아름다운 그대를 만나고 싶다
    맑고 아름다운 영혼이 자신의 짝을 알아보는
    영혼이 통하는 그대를 만나보고 싶다
    겉모습이 어떻든 영혼의 빛깔이 닮은 사람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도
    그 영혼 깊숙이 교감할 수 있는 그대를 만나고 싶다

    따뜻하고 깊은 영혼이 또 하나의 따스하고 깊은 영혼을 만나
    학의 두 다리처럼 적당한 거리를 가진 채
    겨울의 강을 건너가는 11월의 오후,
    물안개 피어나는
    하얀 눈이 덮인 따뜻한 겨울 숲속으로 들고 싶다

    나무의 몸이 가벼워지고
    햇살이 투명하게 빛나는 11월엔
    따스한 영혼이 닮은 그대를 만나고 싶다

    감상평: 전태련의 '11월의 노래'는 11월의 애매한 경계 속에서 따뜻한 영혼을 찾고자 하는 갈망을 담고 있습니다. 낙엽과 겨울 사이의 공허한 공간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쓸쓸하지만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11월의 노래 / 전태련

    11월의 노래 / 전태련

    깊은 억새 숲의 스산한 소리에도
    능선에 앉은 낙조는 요염하다

    싱그러움도 찰나에 지듯
    꽃향기 코끝을 간지럽히더니
    끝없는 계절이 바뀌어도 피고 진다

    어스름한 산 아래 홍시가 주렁주렁
    주인 인심마저 장독대와 어우러진
    후덕한 풍경이다

    을씨년스런 찬바람에 몸서리쳐도
    자연이 준 선물에 만족하며
    별을 세며 꿈을 키우리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조화롭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세상
    그 무대에 내가 서 있다.

    감상평: 이세복의 '11월을 보내며'는 억새 숲과 낙조, 찬바람 속에서도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에 만족하며 꿈을 꾸는 긍정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여전히 아름다움을 찾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11월의 기린에게 / 손택수

    11월의 기린에게 / 손택수

    옥탑방의 철제 계단은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는지, 여쭙니다
    당신은 그 계단이 모딜리아니의 여인
    목덜미를 닮았다고 하였지요
    그 수척하고 해쓱한 목 끝의 옥탑방은
    남하하는 철새들이 바다를 건너기 전
    날개를 쉬어갈 수 있도록 일찌감치 불을 끈다고 하였습니다
    싸우기 싫어서 산으로 간 고산족의 후예였을까요
    어느 가을은 가지를 다 쳐버린 플라타너스에게
    초원의 기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흑만 남은 가지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일어난 수피가 얼룩을 닮았기 때문만도 아니었어요.
    저는 기린이 울 줄 모른다고 하였지만
    우리에겐 저마다 다른 울음의 형식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 사이 저는 위장이 늘어나서 갈수록 목도 점점 굵어져 갑니다
    반성도 중독성이 되어 덕지덕지 살이 오르고 있습니다
    포도의 낙엽들은 이미 마댓자루 속으로 들어갈 채비를 마치고,
    거리마다 등뼈 으스러지는 소리로 탄식하던
    몰락의 노래도 더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사이 지상은 낙엽의 소유권과 실용성을 발견했습니다
    낙엽도 쓸모없이 배회할 틈을 잃고 말았습니다
    기린이 사는 초원엔 벼락이 드물다고 했던 게 당신이었 던가요
    녹슨 철제 계단 밟는 소리가 낙엽 부서지는 소리 같던 거기
    치켜올린 목이 사다리로 굳어진 옥탑방, 여쭙니다
    철새와 함께 잠을 청하던 가을의 안부를
    물방울 하나가 길디긴 물관부를 유성처럼 흘러가던 밤을

    감상평: 손택수의 '11월의 기린에게'는 옥탑방과 철제 계단, 철새 등의 이미지를 통해 가을의 끝자락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기린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로부터 느껴지는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의 애잔한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우물, 11월 / 박수현

    우물, 11월 / 박수현

    첨벙, 뒤꼍 우물에 두레박을 부린다
    이끼 낀 돌팍에 부딪히는 두레박 소리가
    이적 저지른 죄들이 늑골을 타고 수직 낙하한다
    흑백의 기억이 물방울을 튕기며
    동심원을 그리는 그곳

    두레박 속엔 노루꼬리 햇살 한 줌과
    삭아 잎맥뿐인 상수리 잎새 몇 장뿐
    여름은 적도의 스콜처럼 성급했고
    지퍼를 목까지 올린 가을은
    잰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았다
    당도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캐럴은
    낯선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겨울은 왜 더 멀리 돌아가서 맞고 싶은 것일까
    나는 그저 성글어진 나무 우듬지에 가닿는 새소리를 듣거나
    겨울이 데리고 올 이야기의 페이지나 무심하게 넘기며
    물끄러미, 달의 뒷면을 비끼는 두레박을 바라보았다
    현관 밖 먼지를 뒤집어쓴 채 쌓여가는 신문지 더미처럼
    이제 우물은 가물어서
    아무도 두레박을 던지러 오지 않을 것이다

    먼 곳으로 가는 새떼들이 하늘 어디쯤을 건너는지
    죄지은 듯 십일월의 이마를 짚어본다
    내가 신열을 앓는다

    감상평: 박수현의 '우물, 11월'은 깊은 우물과 두레박의 이미지를 통해 과거의 기억과 죄책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물 속의 적막함과 두레박 소리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감정이, 11월이라는 계절의 깊은 고독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11월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겨울을 예고하는 달이지만, 그 안에는 따뜻함과 쓸쓸함,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번 시 모음들을 통해 11월의 다채로운 감정과 풍경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11월의 시 모음 이해인, 나태주, 박형준 십일월에 관한 시
     

    11월의 시 모음 이해인, 나태주, 박형준 십일월에 관한 시

    11월의 시 모음 이해인, 나태주, 박형준 십일월에 관한 시11월은 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로,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스한 감성이 깃들어 있는 계절입니다. 많은 시인들이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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